정권 바뀌면 '금융지주 회장' 수난…'실용적 시장주의'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당장은 '장기 연임' 없는 5대 금융…'관치 논란'도 부담
'지배구조 선진화' 공든탑 무너질라…금감원도 '외풍 차단' 지원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입니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개막하면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돼 온 금융지주 회장 '인사 폭풍' 때문이다. 앞선 윤석열 정부에서도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연임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우선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정부 때와 달리 현재 '장기 연임' 중인 회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앞선 정부에서 '관치 금융'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셌던 점을 고려하면, 새 정부는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따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인사 개입이 반복될 경우,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27일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외부 압력 차단'을 바라는 금융사들에 힘을 실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중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26년 3월 임기 3년을 마치게 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최소 3개월 전에 CEO 선임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2월부터 경영승계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입김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회사 CEO 선임은 원칙적으로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이지만,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22년 12월 회장 후보 3인 면접 도중 돌연 사퇴를 결정했다. 이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당국의 '장기 연임 자제' 기조에 발맞춰 잇따라 연임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당시 금융당국을 이끌었던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특정 회장을 겨냥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거취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새 정부에서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전 정부에서 논란이 된 회장들은 대부분 3연임에 도전하는 등 '장기 연임' 국면에 있었던 반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첫 임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는 공교롭게도 3연임에 도전하는 등 임기 말에 접어든 회장들이 많았다"며 "현재 5대 금융지주 회장 대부분이 취임한 지 오래되지 않아 장기 연임으로 볼 인물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또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때마다 '관치 금융' 논란이 반복되고, 윤 정부 당시 금융당국의 압박 역시 순탄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새 정부가 무리하게 압력을 행사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윤 정부 때도 회장들이 연임을 포기하긴 했지만, 금융권의 반발이 적지 않았고 그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과거 문재인 정부처럼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민간 금융사 경영에 개입하는 악습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금융사의 경영 연속성을 해칠 뿐 아니라,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지속해온 금융권의 노력을 뒤엎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건전한 지배구조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의 필수 요소라는 인식 아래,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 강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금감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달 27일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 및 향후 계획'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노력을 알리기도 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브리핑은 금융사들이 CEO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해온 노력을 선제적으로 알림으로써,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인사 개입 우려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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