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조카 돌보고 살림까지 했는데…월급 준다던 오빠 '오리발'"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5년간 오빠네 조카 두 명을 돌봐주고 살림까지 도맡았지만, 약속했던 대가를 받지 못한 여성이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28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제보자인 50대 여성 A 씨는 20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친오빠의 연락을 받았다.
당시 친오빠는 "내가 서울에 살고 있는데, 새언니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네가 우리 집에 와서 조카들 좀 돌봐주면 월급으로 한 달에 30만 원씩 꼬박꼬박 적금 통장에 넣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네가 나랑 살다가 결혼할 때도 아빠처럼 잘 챙겨주겠다"고 약속했다.
오빠 말이 법이었던 집안 분위기상 스무살이었던 A 씨는 결국 서울로 올라와 오빠 집에 살며 7세, 5세 남자 조카를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종일 돌봤다.
이 과정에서 새언니가 "아가씨, 밥만 좀 앉혀달라"고 요구해, A 씨가 밥만 안쳤다가 구박을 들었다. 새언니는 "진짜 밥만 안쳐 놓으면 어떡하냐. 반찬 좀 만들어놔야지"라고 했다.
그렇게 A 씨는 오빠네 살림을 하나둘 맡기 시작했으나 실제로 손에 쥐어지는 돈은 없었다고. 그는 "매달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통장에 모아둔다는 그 말만 믿었다. 돈이 없어서 오빠 허락 맡고 장 보고 남는 잔돈을 모아서 용돈으로 썼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끔 오빠 부부가 용돈을 주곤 했다. 장인, 장모가 오신다고 집을 비워달라길래 용돈 받고 밖에 나갔다. 처음으로 63빌딩을 구경하러 갔는데, 오빠네 가족을 목격했다. 알고 보니 저를 빼고 놀러 가기 위해 핑계 댄 거였다"고 회상했다.
무려 5년간 두 조카를 돌본 A 씨는 그만두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홀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렀는데, 이때 오빠는 "네 월급을 모아둔 적금 통장을 장례비에 보태쓰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경황이 없던 A 씨는 이를 허락한 뒤 까맣게 잊고 지냈다고 한다.
A 씨는 "몇 년 뒤 결혼했는데, 날 챙겨주겠다던 오빠는 단 한 푼도 도와주지 않았다. 얼마 있다가 오빠 가족이 외국으로 이민갔고, 저도 애들 키우고 직장 다니며 정신없이 살다가 월급 통장이 생각났다"며 "오빠한테 '30년 전, 내가 5년 동안 애들 키워준 거 기억나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근데 답장이 없더라. '왜 답이 없냐'고 했지만 그것도 읽고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조금이라도 주면 고맙고, 못 주면 '그런 일이 있었는데 못 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 근데 그런 말도 없고, 저도 그 돈 없어도 잘 산다. 내가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닌데 괘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후 오빠네 부부를 오랜만에 만난 A 씨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빠한테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하자, 오빠는 정색하며 "시골 촌뜨기가 내 덕분에 서울 와서 살았으면 그걸로 족한 거 아니냐? 네가 우리 집에서 얹혀살면서 가끔 애들 밥이나 해준 거지, 무슨 월급 타령이냐?"라고 큰소리쳤다.
현재 오빠네 부부와 연락이 끊겼다고 밝힌 A 씨는 "5년 동안 무급으로 조카들 돌봤는데, 30년 전 월급을 법적으로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손수호 변호사는 "인정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설령 월급을 어떻게, 얼마를 받기로 했으며 그동안 못 받은 게 얼만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래 지났다"면서 "급여 채권으로 보든, 일반 채권으로 보든, 약정금 채권으로 보든 소멸시효가 완성돼 오빠 가족이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 한 법적으로, 강제로 돌려받을 방법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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