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 보낼 답변서 본격 논의 시작
인권위, 내달 1일까지 간리에 답변서 제출해야
답변서 앞부분에 '유감' 의견 표명 두고 이견…간리 질의에 엉뚱 답변도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간리)의 특별심사 대상이 된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간리에 보낼 답변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26일 인권위는 오후 3시쯤부터 시작된 제11차 전원위원회(전원위)에서 내달 1일까지 간리에 보낼 답변서 초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해당 심의는 당초 비공개 예정이었으나 공개로 전환됐다.
앞서 간리는 지난 3월 인권위에 특별심사 계획을 통보했다. 동시 △인권 옹호자 대상 소송 △장기간 회의 미개최 △직원 불이익 △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력 △계엄령 선포 관련 대응 △성적 지향·성평등·성별 정체성 관련 대응 △이주 난민·이주 노동자 관련 대응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간리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삼사 대응 TF'를 구성해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날 전원위 역시 이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했다.
김용원 상임위원(군인권보호관)은 논의 초반 간리의 특별심사를 촉구한 시민단체들을 비판했다.
그는 "국내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를 일정 단체 이름으로 간리라든지 국제기구에 인권 기구에 넣어서 제발 우리 위원회 등급을 B등급으로 떨어뜨려 달라고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고 항변했다.
김 상임위원은 2014년 군내 가혹행위로 숨진 고 윤승주 일병 사건과 관련해 윤 일병 유족과 민·형사상 갈등이 불거진 당사자이자 인권 옹호자 대상 소송 질의에 연관된 인물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강정혜 위원은 초안에 실린 국가인권위 구성 도표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으로 인권위 전원위원은 총 11명이므로, 도표상 전원위 밑에 7개가 아닌 11개의 네모 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각 위원을 누가 추천했는지 적어야 인권위가 이렇게 정파적으로 휘둘려서 시끄러운 것이 이해되지 않겠냐"며 "창피해서 정말 인권위원 사임하고 싶다"고 언성을 높였다.
원민경 위원은 "개요 부분에 간리 특별심사를 받게 된 점에 대한 우리 위원회의 성찰이 담기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가 인권 보호 기관이 아니라 내란 비호 기관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위원들은 "주관적 의견이다"라며 반대했지만, 김용직 위원은 "이런 외관을 보인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정도는 기술돼야 한다"고 동의했다. 또 "우리보다 잘하는 데가 몇 군데나 되냐는 식의 인식으로 특별 심사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는 쉽지 않다""특별상황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규선 전 상임위원의 후임으로 처음 전원위에 참석한 이숙진 상임위원은 "일반적 사실과 다른 왜곡된 사실에 의해 등급 심사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안창호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 상임위원은 "위원장님의 말씀은 사실 적시를 제대로 하라는 뜻인데 현재 답변서는 그렇지 않다"며 "간리가 요구한 것은 의견이 아니라 정보다. 균형적이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간리는 왜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정족수 부족으로 개시할 수 없었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인권위의 노력과 결과를 묻고 있는데 '인권 교육원을 만들 계획이다' 등 일상적인 업무 관련 내용들을 기술하고 있다. 이게 도움이 될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논의된 초안에는 비상계엄 관련 인권위의 대응을 묻는 간리의 질의에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권고' 안건을 의결했다는 답변이 적시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그런가 하면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이 '내란 혐의'로 구속된 군 장성 5명에 대해 지난 3월 "신속한 보석 허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 표명한 부분은 담기지 않았다.
간리의 등급 승인소위 특별 심사는 오는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간리 특별심사는 정기심사와는 달리 파리원칙(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개시된다.
출범 이후 2014~2016년 사이(등급보류)를 제외하고 A 등급을 유지해 온 대한민국 인권위가 정기 심사가 아닌 특별심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원위에 앞서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이번에 제출되는 최종 보고서에는 그동안 자신들이 저지른 반인권적이고 비겁한 행위에 대한 성찰과 반성, 앞으로는 인권에 기반한 정책과 결정을 해 나갈 것이라는 약속과 다짐을 보여줘야 하지만 답변서 초안에는 그런 내용을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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