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7, 김문수 "지혜 달라"…MB "단일화, 끝까지 진정성"
오찬 회동…이명박 "기업하기 좋은나라 공약 구체적으로 내야"
김문수 "어떻게 할지"…MB "노동문제, 기업하기 어려운 방향"
- 한상희 기자,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박기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은 6·3 조기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에게 보수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끝까지 진정성 있게 설득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오찬 회동에서 김 후보에게 이처럼 말했다고 신동욱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오찬 회동은 오전 11시55분쯤부터 1시간 10분가량 진행됐다. 김 후보는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보수 단일화, 경제 정책, 외교 전략 전반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조언하면서 김 후보에게 과거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자택을 여러차례 찾아갔던 일화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후보는 "어제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나 받은 편지와 오늘 아침에 발표한 메시지가 비슷한 내용이었다"며 "이 상임고문에게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의 1호 정책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언급하며 "너무 뭉뚱그리지 말고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잘 세분화한 구체적 공약이나 정책 대안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에 김 후보는 "우리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지 않고 국내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달라"고 요청했고, 이 전 대통령은 "행정 규제를 철폐해야 하고, 한국의 노동 문제가 기업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업들이 함께 남아 많은 노동자들의 복지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정말 경제가 문제다. (재계를 만나보니) 대기업 국내 투자도 다 꺼리고 있더라"며 "이 후보나 민주당이 집권하면 정말 큰일 날지도 모르겠다는 절박감으로 열심히 유세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한미 관계와 외교 전략에 대해서도 조언이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에 한미 관계를 걱정하는 분들이 아주 많고 관세 장벽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가장 이른 시간 내 미국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가 '중도 후보다' '미국을 좋아한다' '친미다'고 얘기해도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이 후보가 당선되면) 가서 겉으로 어떻게 얘기할지 몰라도 대화 잘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는 다르다. 한미동맹의 문제라든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란 강점이 있다"며 "김 후보가 잘 설득하면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미국을 방문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김 후보의 자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이 되고 김 후보가 되면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김 후보는 누구보다 노동자의 어려움을 잘 알고 기업 경영도 잘 알고 기업을 유치해 본 경험이 있는 행정가로서도 충분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좋은 대통령이 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이날 회동에 앞서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거나 포옹을 나누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다른 후보보다 깨끗한 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왔다"고도 말했다.
회동에는 이종찬 전 민정수석, 장다사로 전 정무기획관, 윤재옥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동행했다. 김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전직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월에도 서울 서초구의 이명박재단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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