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안보관 변화…북한 움직이는 '시그널'일까
韓 안보 압박에 대북 억지력 약화 가능성…北의 정세 판단에 주목
"북한의 대미 정책 변화 요인으론 부족"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는 경제에 이어 안보 사안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및 일부 철수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미국이 모든 동맹국의 안보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안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을 줄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정세 판단에 변화를 줄 필요성이 제기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얻을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열린 자세로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방어하는 게 우리의 주된 고려사항이었던 날은 끝났다"라며 미국이 다른 나라의 안보 문제에 관여하는 수준을 줄일 것임을 시사했다.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의 감축 문제에 직면한 한국의 입장에선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좋지 못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공언한 것이고, 주한미군의 감축 등 역할 변화 문제는 행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한미군의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역량을 '대중 견제'에 집중시키겠다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대북 억지'에 중점을 둔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에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유독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우려'를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그는 취임 후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부르며 집권 1기 때 맺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인연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대비되는 모습은 북한의 대미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폐지를 주장해 온 북한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일부 부합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한미 간 안보 문제로 인한 갈등이 커질 때를 노려 미국과의 접촉에 나서면서 한미동맹 '균열'을 키울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짓에도 아직 미국에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5일 국방성 정책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 국방정보국(DIA)의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미 본토를 위협하고 한국을 침략할 능력이 충분해졌다'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것에 대해 "공화국의 자위적인 핵 무력 강화 조치를 걸고 들며(시비를 걸으며) 전쟁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도발적 언사"라고 비난했다.
김 총비서도 지난 2월 "미국이 세계 분쟁의 배후"라며 핵 능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해 국정 기조를 정한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선 '최강경 대미 정책'을 수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여전히 미국을 바이든 행정부 때의 기준으로 대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북한이 당장 한반도 및 대미 정책의 가시적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식적인' 대북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고, 한국도 곧 대선을 치르기 때문에 한미의 동향을 더 지켜보며 자신들이 주도적인 전략을 펼칠 시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판단'은 올해 수립될 새 5개년 국정 계획 때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 2021년 경제 및 국방력 강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당 대회를 열면서 앞으로 5년마다 새로운 정책 노선을 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 당 대회는 올해 12월 말 혹은 내년 1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까지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공고히 하면서 '미국을 좀 더 판단할'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방위비분담금 인상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로 한반도 정세를 판단하기보다는 대중국 압박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더 중요하게 살피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동맹조차도 거래의 대상으로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를 보며 어떤 '딜'이 가능할지 구상하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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