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재소장 "행정수도 이전 헌재 결정 논쟁 부족했다 생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서 '법률가의 길' 주제 특별강연
"통합은 다음 정부의 큰 과제…권력자 쓴소리 경청해야"
-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30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 결정은 논쟁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이날 오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대강당에서 재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법률가의 길' 특강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한 헌재 결정에 관한 질문에 "헌재 결정에 대해선 웬만하면 비판을 안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결정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법률로 행정수도 이전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개헌을 논하는 마당에 행정수도도 문구를 넣는 게 어떨까 싶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행은 특히 "지금 개헌 문제에 대해선 권력 구조이야기만 하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권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기본권을 뭘 넣고 이걸 보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지 출발해서 권력 구조를 개선할지 종착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행은 법률가의 덕목으로 '혼, 창, 통'을 강조하면서 "내가 왜 법률가가 되려고 했냐 이렇게 묻는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서 했다고 말한다"며 "서울에서는 단 한 번도 근무한 적 없는 사람이 재판관이 되면서 '지역에서 큰 사건도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이 됐는데 잘하겠냐'는 말이 있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을 나누는 것 자체가 건방진 이야기"라면서 "판사는 자기가 맡고 있는 사건이 그 사람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걸 어떻게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법부 판결을 때론 존중하고 마음에 들진 않을 땐 비판하는 행태에 대한 질문에 문 전 대행은 "저에 대해 욕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칭찬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칭찬은 다 내가 받고 욕은 받지 못하고 할 수는 없다"며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는 게 맞고 (그런 비판에) 신경을 안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배제하는 혐오 표현이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는데, 이를 규제할 방안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사회를 통째로 바꾸지 않고서는 혐오 표현을 바꾸기 힘들다. 혐오 표현이 나오는 배경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데 대해서 출발한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가 분열이 심하다. 이걸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는 다음 정부의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모든 이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 나한테 적용될 원칙과 너한테 적용될 원칙을 똑같이 했을 때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면서 "쓴소리에 대해 경청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자기들 생각대로 추진하다가 안 되다가 그렇게 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어 "권력자가 되면 쓴소리를 듣기 싫어하지만, 불편하더라도 들으면 좋아진다"며 "어떤 뛰어난 지도자도 완전한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헌재, 국회 3개 기관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목표와 계획을 묻는 말에 문 전 대행은 “당분간 공직은 안 할 생각이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공무원이었다”며 “자유를 느껴보고 내가 뭘 잘할 수 있겠다, 준비가 됐다 그러면 그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문 전 대행은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문 전 대행은 강의 시작에 앞서 "강원대 로스쿨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많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합격률을) 6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라"고 조언했다.
또 로스쿨을 졸업하고 인권 활동가를 하는 졸업생으로 진로를 고민하자 문 전 대행은 "변호사시험부터 합격하라"고 조언했다.
문 전 대행이 강원대 로스쿨에서 특강을 하게 된 것과 관련해 박경철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장과 대학 동기이자 같은 부산이 고향인 것으로 밝혔다.
문 전 대행은 "대학교 때 부산에 있는 박 원장 집에 놀러 갔는데 박 원장의 아버지께서 저한테 용돈으로 5만 원을 주셨다"며 "그때 당시 등록금이 40만 원이었다. 제가 평생 받아본 돈 중 가장 큰돈이어서 강연해달라고 하길래 올 수밖에 없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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