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투표보조 대상" 장애인 차별구제 항소심서 승소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시각·신체장애인만으로 한정한 투표보조를 발달장애인에게도 지원해 이들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 2-2부(최희영 부장판사)는 16일 A씨 등 발달장애인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등 청구 사건에 대해 1심과 판단을 달리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A씨 등은 2022년 3월 4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위해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부산 남구 한 투표소를 방문했다가 투표사무원으로부터 기표소 동반 입장을 거부당했다.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A씨 등은 사회복지사 1명과 투표보조원 1명이 동반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이어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경우 사회복지사 대신 투표사무원 1명이 투표를 보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A씨 등 3명은 복지사 없이 기표소에 들어갔다.
시력이 좋지 않은 B씨는 투표사무원의 도움을 받았고, 기표소에 들어가 소리를 지른 C씨도 투표사무원과 함께 기표했다.
A씨만이 혼자 투표를 마쳤으나, 직후 “다음 선거에는 모르는 사람 말고 사회복지사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 지침 등 관련 규정상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하는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투표관리매뉴얼에 '지적·자폐성 장애 포함'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면 정신적 장애 또는 발달장애로 인해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이 배제된 것이다.
A씨는 등은 투표보조인 대상에 발달장애인을 포함시켜 참정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기표행위가 가능한 장애인과 그렇지 못한 이를 따로 봐야 한다며 발달장애 정도 범위가 넓어 판정이 어렵고, 장애정도에 대한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투표보조를 허용하는 것은 가족 또는 일정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아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항소심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발달장애인들이 혼자 기표할 수 없는 경우 투표보조를 허용하는 경우 비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하더라도 발달장애인들의 선거권 행사를 충실히 보장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비밀보장과 공정성 유지를 위해 '지명한 2인'을 동반하도록 하고 있어 투표보조인에 의한 발달장애인 의사 왜곡 가능성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향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선거의 투표관리 매뉴얼에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심리사회적 특성으로 투표가 어려울 경우 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하도록 수정하라고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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