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위메이드, 거래소 탓만으로는 투자자 보호 못 한다
'늑장 공지' 본질 외면한 채 거래소 비판만… 신뢰 회복 요원
억울함 넘어선 구체적 청사진이 위믹스 투자자 보호의 시작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파장이 큰 사건은 원인과 결과가 연쇄적으로 얽혀있다. 따라서 각각의 원인제공자를 비판하는 일은 납득 가능하다.
그런데 최초의 발화 원인을 제공한 자가 이후 단계 책임을 걸고넘어지는 건 곱게 보기 어렵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쪽이 자신의 잘못을 희석하려는 의도로 읽혀서다.
이달 30일 상장 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이 예정된 위믹스 사태가 그렇다. 위메이드(112040)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거래소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 목소리를 전달하는 건 문제가 없다. 시세 차익만을 노린다는 편견과 달리 많은 투자자가 위메이드 블록체인 게임 사업 비전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위믹스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전망을 글로 잘 풀어내기도 했다. 이들이 위메이드 실책으로 피해를 보는 건 당연히 억울한 일이다.
위험요인은 이 목소리를 규합해 본인들도 억울하다고 하는 위메이드 대처에서 감지된다.
이번 사태 본질은 '늑장 공지'다. 위메이드는 90억 원에 달하는 위믹스 코인을 해킹당한 지 4일 뒤 소식을 알렸다. 이유는 추가 공격 가능성을 들었다.
닥사는 심문기일에서 해킹 사고를 인지한 바로 다음 날 공시했다면 발행 주체의 신뢰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콜드 월렛(오프라인 가상자산 지갑)으로 물량을 옮긴 후 해킹을 공시했다면 추가 공격 가능성을 피할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발행주체의 신뢰훼손은 위메이드가 자초한 결과라는 것이다. 추가 공격 가능성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그런데도 회사는 투자자 목소리를 전달하며 억울하다고만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허술한 보안과 늑장 공지라는 본질적인 책임은 잊혀간다.
전략적으로 이를 노린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 배경이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에 여전히 의지를 보인다. 진정성이 있다면 유동성 확보와 거래 지원 채널 마련 등 현실적인 투자자 보호책을 먼저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해킹 사건 원인을 규명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게 신뢰 회복의 정도라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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