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 "5인미만도 근로법"…업계 "현실 모르나"
李·金 모두 공약집에 '5인 미만에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명시
'직장내 괴롭힘 분리' 규정 두고 "10평 가게서 무슨 수로…" 비판도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21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근기법)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이 현실화하면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의 일터도 영향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노동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취지지만 자영업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 매출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30일 양당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김문수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는 별도 입법 방침도 밝혔다. 이 후보는 누구나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일터 권리보장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한다고 했고 김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보호를 위한 '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둘 중 누가 당선되든 영세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총 539만 개로 전체의 86.4%에 달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주52시간 근로 제한, 연장·휴일·야간근로 가산수당, 연차휴가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취지는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노동 사각지대 해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5인 미만 사업장 취업자는 999만 4000명으로 전체의 34.6%에 달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근로기준법 조항'으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인 응답자의 32.9%가 '가산 수당'을 꼽은 걸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범법 지대로 전락하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란 말이 나왔다. 영세 사업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대표적이다. 근로기준법 76조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관계 조사 전부터 피해자 근무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휴가 등을 취해야 한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조 모 씨(64)는 "20평도 안 되는 가게에서 부대끼며 일하는데 근무장소를 어떻게 변경하라는 것이냐"며 "돈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산수당도 부담이다. 근로기준법 5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장·휴일·야간 근로 시 통상임금 50%를 추가로 줘야 한다. 심야 영업이 많은 편의점 업종으로 치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시간당 1만 5000원 이상을 줘야 하는 셈이다.
편의점주들 역시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서울 관악구의 편의점주 변봉준 씨(52)는 "본사에 가맹비 주고 나면 100만 원 남는데 야간수당까지 주면 수익 '0원' 된다"고 했다. 경기 용인의 편의점주 A 씨도 "인건비 때문에 주 80시간 넘게 일하는데 이제 새벽에도 매장에 나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가맹점 월평균 수익은 100만 원 수준이다.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의 절반밖에 못 버는 셈이다.
이재명·김문수 후보는 우려를 의식한 듯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덧붙였다. 이 후보는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했고 김 후보는 "공휴일 적용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노동계와 가까운 이 후보와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후보 모두 당선 시 해당 공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와 관련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질문에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과 맺은 정책협약에도 이같은 노동계 요구가 반영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문수 후보 역시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경선 후보 토론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규모가 작다고 근로기준법 자체를 적용 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경기 활성화로 숨통을 터주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자를 위한다지만 결국 업주가 그만큼 피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코로나 이전 매출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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