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美 관세 폭탄에 공급과잉 확대 우려… 올해도 회복 난망
美 무역장벽 막힌 물량 아시아 유입 가능성…시황 개선 찬물
현지 공장 투자 불가능…스페셜티 중심 수출 전략 고심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미국의 관세 폭탄 이후 실적 발목을 잡았던 공급과잉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으로 향했던 제품들이 관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아시아권에 물량 폭탄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적자에 허덕이는 시기에 추가 악재를 만난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내 석화업계는 수출국 2위인 미국의 높아진 무역 장벽으로 현지 공략에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기준 석유화학 제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42억 7997만 달러다. 중국(177억 1969만 달러와 비교해 비중은 적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미국은 풍부한 셰일 가스를 활용한 ECC(Ethan Cracking Center) 설비를 갖춘 석유화학 순수출국이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가 사용하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 대비 원가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 기업들은 PC(Polycarbonate),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BD(ButaDiene) 등 미국 내 생산 비중이 적은 제품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상호 관세가 본격화하면 우리나라 석유화학의 대미 수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IBK기업은행의 '美 보편관세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25%가 적용된다면 석유화학 제품의 대미 수출액은 7.5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3억 2185만 달러에 달하는 물량이다.
결국 미국 수출에 막힌 잉여 물량이 아시아권에 쏟아질 수 있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공급 과잉이란 상황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올해 글로벌 수요 대비 공급과잉 물량은 에틸렌 기준 4590만 톤으로 지난해(4640만 톤)와 비슷하다. 오는 2028년엔 591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실적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LG화학(051910)(석유화학 부문)은 13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011170)(기초화학 부문) 적자 규모는 8096억 원이다. 올해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관세 폭탄 등장에 시름이 싶어졌다.
현지 공장 투자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적 악화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조단위 자금 확보가 불가능해서다. 완공까지 2∼3년이 필요한 만큼 단기 처방과도 거리가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대미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자동차 산업과 비교해 실적 타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내 물량이 적은 스페셜티(고부가소재) 중심으로 현지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받을 부정적 타격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의 상호 관세율이 34%, 32%로 한국보다 높다. 한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운영 혹은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한 최대 150만 달러의 입항 수수료 부과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제품의 미국향 수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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