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강요' '원칙 집착' 다 제 부족 탓"…이복현 퇴임 소회
"욕심 감당해준 직원에 사과…부담 느꼈을 금융사에도 송구"
"정보력 가진 금감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마지막 당부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3년간의 임기를 끝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 원을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양보를 강요받게 된 선배님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음에도 '더 빨리, 더 높이'를 요구하는 원장의 욕심을 묵묵히 감당해 주신 임직원 여러분에게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도 했다.
이어 "다양한 금융 이슈를 대함에 있어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부담과 불편을 느꼈을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 여러분께도 이 자리를 빌려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며 "모두가 다 제 부족 탓이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임직원 및 금융업계 전반에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부임한 이 원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날 퇴임한다.
이 원장은 지난 3년을 회상하면서 "대규모 경제 사건과 그에 따른 금융 혼란이 계속됐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2022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2022년 11월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로 인한 시장불안 △2023년 초반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PF 부실화와 대규모 전세 사기 △2023년 12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2024년 7월 위메프·티몬 판매자 미정산 사태 △2025년 3월 홈플러스 회생신청과 MBK 논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처럼 복합적인 난관은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하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된 역설적인 측면도 있었다"며 "매 순간 정성을 다해 노력해 준 여러분께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임직원을 향해 "제가 떠난 후에도 계속 챙겨주셨으면 하는 몇 가지 부탁드린다"며 △금융개혁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디지털 전환 △공유와 협업 △업무의 방식·범위의 확장 △시장 및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당부했다.
특히 '공유와 협업'에 대해 "지난 몇 년간 금감원의 위상이 조금이나마 높아졌다면, 이는 다양한 정부 부처와의 적극적인 정보 공유 및 협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은 감독행정 특성상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의 일부 정보에 관한 독점적 접근 권한을 갖고 있고, 그에 관한 분석 역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정보와 자료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고, 활용되지 못하는 분석은 그 의미가 퇴색하기 마련이다"며 "적절한 보안을 전제로 우리가 가진 정보와 다양한 분석을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협력해 긴밀한 신뢰 관계를 지속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업무 방식의 확장'과 관련 "각 기관이 업무 범위를 전통적인 영역으로 한정하고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사회는 당면한 문제에 관해 적시의 정확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다"며 "기관 간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고 여러 기관에 걸쳐 있어 보이더라도 금융 전문가 조직으로서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원장은 끝으로 "김병환, 김주현, 고승범 세 분 위원장님, 사무처장님을 비롯한 금융위 가족분들께 감사 말씀드린다"며 "F4를 이끌어주신 경제부총리님과 한은 총재님, 기재부와 한은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이세훈 수석부원장님을 중심으로 더욱 단합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긍심을 가지며 국민을 위한 금융감독이라는 사명을 변함없이 이어가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저 또한 언제나 우리 원을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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