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DSR 시행 전 '막차 수요' 들썩…주요은행 가계대출 4조 이상 늘었다
5대 은행 5월 가계대출 전월比 4.1조 증가…올해 최대 증가폭 전망
주택거래량 확대·3단계 DSR 시행 영향…은행권 대출 속도 조절 나서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5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찮다.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달 대비 4조 원 이상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7월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미리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줄을 잇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대출 일일 건수를 제한하거나 금리를 높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7조 2423억 원으로 전월 말(743조 848억 원) 대비 4조 1575억 원 늘었다.
증가세를 감안하면 올해 들어 가장 큰 가계대출 증가 폭이 예상된다. 앞선 기록은 4월의(3월 대비) 4조 5337억 원이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5월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대비 3조 1935억 원 늘었다. 토지거래허가제 일시 해제 영향 등으로 폭증했던 4월 증가 폭(3조 7495억 원 증가)과 맞먹을 가능성이 크다.
신용대출 증가세도 만만찮다.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9629억 원 늘었다. 이미 4월 증가액(8868억 원)을 넘어섰다. 만약 신용대출 증가 폭이 1조 원을 웃돈다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4년여 만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직접적 원인은 주택거래량 확대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 거래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효과를 누렸던 지난 2~3월 늘어난 바 있다. 대출은 1~2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영향도 크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금리에 가산 금리인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기타 대출 등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적용된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차주(대출자)가 갚아야 할 원리금(원금+이자) 규모가 늘어나고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3단계 적용 시 연봉 1억 원 수도권 거주자의 주담대 한도는 2단계 대비 약 3000만 원 줄어든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만큼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은행권 비대면 주담대를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의 '오픈런'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대출 막차 수요'는 3단계 시행 직전인 다음 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대출 금리 인상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비대면 아파트 담보 대출 금리 하단을 0.25%포인트(p) 올렸고, SC제일은행은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2%p 인상했다.
대출 신청 건수도 제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앱 '스타뱅킹'에서 내주는 주담대를 하루 150건으로 줄였다. 농협은행은 다음 달 중 실행 대출에 한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융권에 "3단계 시행 이전 대출 쏠림현상 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해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5월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 준수 여부 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시 즉각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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