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초계기, 사고 1분 전 교신 때도 '비상상황' 언급 없었다
마지막 교신서 특이사항 보고 없어…사고 원인, '블랙박스' 분석 필요
해군, 사망 승무원 4명 순직 처리 결정…합동 분향소 설치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경북 포항에서 훈련비행 중 추락한 해상초계기(P-3)와 관제탑 간 마지막 교신은 추락 1분 전에 이뤄졌으나, 조종사들이 '비상상황'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30일 해군이 밝혔다. 군은 아직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며, 현장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 직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 중이다.
해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고 전 관제탑과 항공기 간 교신은 오후 1시 48분이 마지막이며 비상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와 사고기의 음성녹음저장장치에 녹음된 내용 등을 분석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음성녹음저장장치를 이날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계기가 1시 49분에 추락했다는 것이 군의 공식 발표인 것을 감안하면 추락 1분 전 교신 때도 조종사들은 '특이사항'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항공기는 2010년 도입해 2030년 도태를 앞둔 노후 기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P-3 기종의 평균 운용 수명은 부품 교체와 정비 등을 거치면 20~30년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21년 2월 25일부터 8월 23일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진행된 기체 창정비가 마지막 창정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정비는 기체를 완전히 분해 후 재조립하는 최고 단계의 정비로, 항공기 기체 등에 대한 부식과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비파괴 검사 등 285개 항목에 따라 진행된다.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29일 이착륙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이착륙훈련은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Touch and Go)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해 수시로 실시한다.
29일 예정된 훈련은 총 3회로, 사고기는 오후 1시 43분에 이륙해 1차 훈련을 완료했다. 이후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오후 1시 49분쯤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사고기의 훈련 비행경로는 평소와 같았으며, 기상 상황도 맑은 하늘과 시정 7마일, 풍속 13노트(kts)등 양호한 상태였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해군포항기지 관제사는 사고기를 육안과 레이더로 관측하며 사고 사실을 인지, 추락 2분 뒤인 오후 1시 51분쯤 해군 항공사령부 지휘통제실로 보고했다. 해군은 오후 1시 53분부터 항공사 및 해병대 1사단 소방차 5대와 구급차 5대를 현장으로 급파하고, 오후 2시 1분쯤 해군본부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등에 긴급 상황 보고를 했다.
추락 초계기는 제주도의 해군 항공사령부 615 비행대대 소속으로, 제주공항이 혼잡해 이착륙훈련을 포항기지에서 진행해 왔다.
정조종사인 고(故) 박진우 소령은 포항기지에서 약 5년간 조종사로 근무하며 1700여 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았다. 부조종사인 고 이태훈 대위는 포항에서 3개월간 경력을 쌓았으며, 비행 경력은 900여 시간이다.
고 윤동규 중사는 항공기 엔진 및 조종사 계기를 모니터링하며 조종사를 보좌하는 전술사 역할을, 고 강신원 중사는 항공기 점검 등 비행을 위한 안전임무를 수행 중에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30일 오전 해군본부 보통 진공 사상 심사위원회를 통해 순직 결정됐으며, 해군은 국방부에 이들에 대한 1계급 추서 진급을 건의할 예정이다.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되며, 장례는 해군장으로 엄수된다.
해군은 해군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해군은 조류 충돌 가능성과 기상 급변 및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항공기 잔해는 해군 항공사령부로 이송돼, 민간 전문 인력과 함께 합동사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군은 사고 이후 P-3 특별안전 점검을 포함해 모든 항공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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