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中 바이오에 '통 큰 베팅'…올해 100억 달러 넘게 투자
중국 '패스트 팔로워' 전략…글로벌 빅파마 핵심 시장으로
韓 같은 기간 투자금 50억 달러에 그쳐…전략 전환 절실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올해 들어 중국에 투입한 금액이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파마가 항암제·비만 치료제 등 고수익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협력에 집중하면서다. 이른바 '차이나 바이오'가 글로벌 빅파마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유치한 글로벌 투자금은 50억 달러(약 7조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계약 수와 계약 단가 모두 중국에 비해 열세인 데다 대부분 기술이전 계약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지분 투자나 생산시설 확대 등 장기적 파트너십보다는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의 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비중이 높아 전략적 협력 수준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중국 3SBio와 항암제 후보물질 'SSGJ-707'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선급금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와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지분 투자 등을 포함해 최대 6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화이자는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게 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달 중국 제약사 유나이티드 래버러토리스와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UBT251'에 대해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UBT251은 GLP-1, GIP, 글루카곤의 세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 하는 삼중 작용제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2억 달러(약 3000억 원), 최대 마일스톤 18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 외 추가 로열티 수익을 지불하기로 했다.
지난 3월에는 MSD가 중국 장쑤 헝루이 제약과 심혈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RS-5346'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MSD는 선급금 2억 달러(약 3000억 원)를 포함해 최대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조건으로, 중국을 제외한 독점 개발·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같은 달 아스트라제네카도 중국 베이징에 25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연구개발(R&D) 및 제조 허브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바이오텍들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더 나은 효능과 경쟁력 있는 계약금 및 마일스톤 조건을 제시하며 글로벌 빅파마의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계약금 비율이 평균 6%였던 반면, 중국 바이오텍은 평균 4%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더 낮은 초기 비용 구조를 보였다.
임상개발 속도도 강점이다.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인 장쑤성 우시(Wuxi)에서는 단백질 시퀀스 설계부터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준비까지 6개월 내 완료가 가능하다. 개발 비용도 글로벌 CMO인 론자(Lonza) 대비 저렴하다. 기존 신약 기전을 바탕으로 한 타깃 기반 개발 전략을 고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중국은 빠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기술력 있는 일부 기업들이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GSK 등과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나 전체적인 규모와 빈도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대부분이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단계 물질에 집중돼 있고, 계약 구조도 글로벌 판권 전체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 협상력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바이오 산업 규제가 대폭 개선되면서 중국내 혁신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했다. 글로벌 협력 방향이 단순한 기술이전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한국 바이오 산업도 정부의 전략적 전환 없이는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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