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이민단속 항의시위에 방위군 투입 강경대응…"반란 간주"(종합)
이민당국, 이틀째 강경 단속에 곳곳서 시위대와 충돌…트럼프 "주방위군 2000명 투입 명령"
주지사 요청 없는 방위군 투입은 60년만…헤그세스 국방 "해병대도 투입 대기"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에 나선 이민당국과 이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이틀째 충돌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군 병력 투입을 명령하면서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전날(6일) LA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통해 최소 44명을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7일(현지시간) 이틀째 대규모 이민자 단속을 진행했다.
ICE는 의류 도매시장이나 홈디포 매장 앞 등 이민자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모여드는 장소를 집중적으로 겨냥해 불법 체류자 체포에 나섰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체포된 불법 체류자가 120명 이상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에 히스패닉계 이민자 거주지인 LA 파라마운트에서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 및 ICE 요원들과 충돌하는 등 곳곳에서 이틀째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차량에 방화를 하거나 경찰 및 ICE 요원들을 향해 돌을 던졌고, 요원들도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 등을 이용해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LA 경찰당국은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여러 차례 경고를 했지만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아 여러 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LA에 주 방위군 2000명의 투입을 명령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미국 관련 법률인 연방 법전 제10편의 1만 2406조를 인용하고 있다.
이 조항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 또는 반란의 위험이 있을 경우" 연방 정부가 주 방위군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침략을 저지하거나 반란을 진압하며 법 집행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 방위군을 소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주 방위군의 배치는 대부분 각 주지사의 권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을 통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권한을 우회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뉴섬 주지사는 "(시위대를) 고의적으로 자극하는 조치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해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 방위군 투입 결정에 반대했다.
이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법 집행 요원 및 이민 요원을 공격한 폭력적인 군중에 대응해 주 방위군을 배치하고 있다"며 2000명의 병력이 "방치된 무법 상태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렌 배스 LA 시장은 SNS를 통해 "주 방위군은 아직 LA에 배치되지 않은 상태"라고 알렸다.
주 방위군 투입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를 반란에 준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 방위군 외에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연방 기능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규군 병력 투입 권한을 부여했다고 NYT는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엑스를 통해 "LA에서 약 160㎞ 남쪽에 위치한 펜들턴 캠프의 해병대 병력이 고도의 경계 태세에 있으며, 동원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방 정부가 주 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총 7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주 방위군 투입은 지난 1992년 로드니 킹을 폭행한 백인 경찰이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발생한 LA 폭동 이후 33년 만이다.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은 린든 존슨 대통령 당시인 1965년 이후 60년 만이다. 어윈 체머런스키 UC버클리 법학전문대학원 학장은 "주지사의 요청 없이 연방 정부가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장악해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정말 섬뜩한 일"이라며 "이는 군을 동원해 반대를 억누르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에도 미니애폴리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에 사망한 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주 치안을 위해 군 병력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선거 유세 도중에도 시위 진압을 위한 군 병력 투입과 관련해 "원래는 주지사나 시장이 요청해야 개입할 수 있지만 다음에는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인 타운이 위치한 LA 지역에서 벌어진 이번 이민 단속 과정에서 한인이나 한국 국적자가 체포된 사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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