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하메네이 정권의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영국 텔레그레프는 14일(현지시간) 이란이 그동안 군대 강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고 주장했음에도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을 전혀 방어하지 못한 데 대해 하메네이 정권 '이너 서클'(내부 핵심 인물들)의 분노가 크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13일 시작한 대대적인 이란 공습으로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을 훼손하고 군 지휘부 20여 명, 핵 과학자 9명을 제거했다. 이란군 1, 2인자인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 군 참모총장이 모조리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관료들 사이 왜 이란의 방공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특히 군 수뇌부와 주요 핵 과학자들이 이렇게 간단하게 살해된 데 경악하고 있다.

매체가 입수한 이란 관리들의 문자 메시지를 보면 '우리 방공 체계는 뭘 했지?'. '이스라엘은 원하는 대로 공격하고 최고사령관들을 죽이는데 우리는 막을 능력이 없는 건가?'라는 대화가 오갔다.

하메네이는 이스라엘 보복을 위해 미사일 1000발 발사 명령을 내렸지만 이란군은 200발밖에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란 내부에 침투해 군과 핵시설을 겨냥한 비밀 작전을 수행했음에도 이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겉으로는 강력한 응징을 천명했지만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 대부분이 요격됐다.

텔레그레프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까운 미래 이란이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정권 내부 갈등에 주의를 집중시켜 궁극적으로 정권 붕괴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메네이 정권의 운명이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대응 성패 여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현재 하메네이가 이끄는 강경파가 대응 작전을 주도하고 나섰지만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이란 공습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한 관계자는 "하메네이가 40년 집권 중 가장 결정적 순간을 직면했음을 알고 있다"며 "통치를 끝장낼 수도 있는 전면전을 감수할지, 국내외적으로 패배로 해석될지도 모르는 후퇴를 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반이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 내부 정보원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이스라엘 공습을 피해 수도 테헤란 동북부 지하 벙커에 숨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번에 하메네이 제거까지 노렸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았다.

혼란 속에 이란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신정 체제를 수립한 이후 이란 정치는 이념적 강경파와 서방에 덜 적대적인 온건파 사이 힘겨루기의 연속이었다.

온건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규탄하되 국민적 단결을 촉구했다. 작년 7월 그의 대선 승리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기 호전 염원이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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