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순리적으로…중수청·경찰 전문성 키워야"
[새 정부에 바란다] 수사기관 '지각변동' 예고…수사-기소 분리·검찰 엘리트주의 해체
"시간 지나면 동력 떨어져" 조기 추진 촉구…공수처 '선택과 집중' 제언
- 황두현 기자, 김기성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김기성 홍유진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 외에도 대선 과정에서 검사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실질화, 검사 징계 파면 제도 도입을 공약하면서 검찰의 '폐쇄적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줄곧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으로 불거진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 간 수사 범위를 손질하고, 검사 외에도 수사 역량이 충분한 수사관과 사법경찰관 등의 전문성을 높인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선 과정에서 확대·폐지론이 불거진 공수처에 대해서는 "수사 범위를 줄여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형사정책학회장을 지낸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정부 출범 직후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며 "이미 오랜 시간 논의하고 대안 모델도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검찰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만드는 등 논의가 길어지면 동력이 떨어진다"며 "검찰은 기소권만 행사하고,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에 이관하는 입법을 즉시 하되 시행 시점은 일정 기간 유예를 두면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검찰을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중수청을 신설해 수사권을 부여하는 골자의 논의가 있었던 만큼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검찰 수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사관의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검찰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창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수사관을 경찰 조직이나 국가수사본부로 이관하면 전문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며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대규모 수사 인력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는 슬림한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검찰의 정치화, 검찰권 남용 등 이미 드러난 부조리한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순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부작용이 드러났는데 검찰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경우 형사사법체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가 지연되고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며 "수사권 조정 결과를 검토하지 않은 채 수사·기소를 분리한다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고려해 수사권 분리는 확실히 하되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은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테면 유럽연합(EU) 내 예산 관련 범죄의 수사, 기소를 담당하는 유럽검찰청(EPPO)은 소속 검사를 중심으로 수사하면서 EU 회원국의 경찰과 검사의 수사를 지휘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것은 지양하되 사법경찰관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직접 수사하고, 점차 수사권을 넘겨주는 식으로 가야 한다"며 "수사지휘권 없이 기소권만 갖는 건 성립되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검찰은 수사가 부실하면 검사가 책임을 지는데 경찰은 누가 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지부터 결정된 것이 없다"며 "(경찰은) 수사지휘권에 대해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검사와 같은 직급을 가진 인물이 부실 수사 책임을 지도록 할 지 등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 법조인 중에서만 검사를 선발하도록 하는 법조 일원화가 도입되면 검찰의 '폐쇄적인 엘리트주의'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법원은 이미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3년·5년 이상 법조 경력 5년 이상자만 법관으로 임용하고 있다.
서 교수는 "검사의 단독관청 성격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법조인으로 충분한 경력을 쌓아 소신과 철학,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검사가 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독관청이란 한 명의 검사가 스스로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의미다. 즉,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수사·기소 등 준사법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법원의 사례에서 볼 때 법조일원화를 시행할 경우 검사 자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사람들은 법원을 갈 수 없으니 검찰로 가고 있다"며 "(현재는 검찰이) 인재 영입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후 내란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수사권 경쟁을 벌인 공수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일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공수처를 대폭 강화하겠다며 검사를 늘리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다만 대선 공약에는 수사 범위와 인력 확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장 교수는 "전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범죄를 관할로 두는 현재 수사 범위는 지나치게 넓다"며 "수사 관할을 줄이고 인력을 늘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권한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옥상옥이 되지 않고 100~200명 정도로 늘려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 경찰 등과 수사 범위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 검·경·공이 충돌했던 만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근우 교수는 "수사권을 세세하게 쪼개놓으면서 내란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기관 규모를 키우는 일보다 사건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기관이 난립한 만큼 기관 간 조화를 이루고 협력관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논의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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