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주고, 약 주기?"…'유증 폭탄' 후 자사주 매입 나선 경영진들
포스코퓨처엠 전 임원 자사주 매입…한화에어로·삼성SDI 경영진도 참여
미래 투자 목적·모회사 참여가 핵심
- 강수련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최근 조 단위 규모의 유상증자가 잇따르면서 주가 희석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제동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상장사들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퓨처엠(003670)의 엄기천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총 5153주로, 엄 사장이 700주를 사들였다. 이외에 홍영준 기술연구소장 460주, 정대형 경영기획본부장 500주 등이다.
지난 13일 1조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밝힌 이후 임원들의 자사주 매수 행렬이 이어졌다. 포스코퓨처엠은 성장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조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삼성SDI(006400) 경영진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부양 의지를 보였다.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다음 날 바로 자사주 1000주, 총 1억9000억 원 규모를 매입했다. 5월에는 김종성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박진 부사장도 각각 500주를 사들였다.
지난 2월 3조 6000억 원 규모의 유증 발표 이후 주주 반발에 홍역을 치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경영진도 자사주 매입으로 반발을 진화했다. 오너 일가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가 3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후 손재일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이 각각 9억 원, 8억 원 등 총 91명의 임원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유상증자 소식에 흔들린 투심을 달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나 주식 가치가 희석돼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의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금감원은 두 회사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확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3차 정정 끝에 유증이 통과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발표 당일 13% 내려 61만 원 선까지 떨어졌으나, 자사주 매입과 유증 절차가 이어지면서 30일 기준 85만 원 선까지 회복했다. 삼성SDI는 유증 발표날 6.15% 내렸으나 최 사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 당일에만 5.5% 올랐다. 포스코퓨처엠은 2차전지주 전반 훈풍까지 더해져 자사주 매입 이후 16.48% 상승했다.
다만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대규모로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 향후 경영상태가 개선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 주주들의 기대감이 모이는 것"이라며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수급상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만을 위한 유상증자가 아니라는 점,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 SDI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전액을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설립, 헝가리 공장 증설 등 '미래 투자'에 사용한다 밝혔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참여도 확정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전략적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유증을 진행한다고 밝혔으며, 모회사인 한화도 100% 참여하기로 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008670)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유상증자 목적이 적절하거나 모회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종목들의 수익률이 평균 수익률보다 높았다"며 "두 기업의 유상증자가 향후 하방압력 요인으로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국내외 핵심 생산기지에 대한 투자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유증 목적으로 제시했다. 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는 지분율에 해당하는 신주를 전량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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