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로 멈췄던 한국의 정상 외교가 반년여 만에 재개된다. 지난 4일 공식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데뷔 무대는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다. 미국, 일본 등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요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9일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초청받았다고 밝혔다. 주말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 G7 정상회의 준비에 몰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G7 회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탈리아·캐나다 7개국이 참석하는 모임으로, 이 대통령은 주요 정상들에게 새 정부의 외교 노선을 설명하는 동시에 한국이 불안정한 정국을 극복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했음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및 주둔 미군의 역할 변화, 방위비분담금 재조정 문제, 국방비 인상 등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방점을 중국 견제에 두고 역내 주둔 미군 역할의 재조정 및 동맹국들의 방위비분담금 혹은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7월 9일)도 임박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약식으로나마 성사된다면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 안보 협력 강화를 약속하면서 관세 협상과 관련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소통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참석하는 다자회의라는 점에서 각국과의 사전 조율이 쉽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한미 정상이 이번엔 '조우' 형식으로 잠시 대면하는 정도의 만남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이 대통령과 진행한 첫 통화에서 미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G7에서의 양자회담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일각에선 6월 말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도 한미 정상회담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NATO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국방비 인상 압박을 위한 압박 외교를 펼칠 것으로 보여, 우리가 참석하더라도 한미 양자 정상회담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4개국(IP4) 중 하나로 초청을 받기도 한다.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도 관심사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4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능한 조속히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좋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한일은 미국에 비해 논의할 안건의 난이도가 높지 않아 양국 정상이 정식으로 회담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본 내에선 통상적으로 과거사 문제에 강경한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한일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외교 공약으로 한일관계의 현상을 유지하며 관계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G7에서 두 정상이 만난다면 이 대통령이 유의미한 '우호 협력'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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