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대북, 안보실은 4강 외교…자주·동맹파 동시 기용의 함의
외교·안보에도 '실용주의'…남북관계 복원·'균형 외교' 이원화
국정원장이 통일 장관·안보실장이 외교 장관 인사 관여 예상
-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국가안보실장에 '동맹파'로 불리는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자주파'로 분류되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명됐다.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인사가 동시에 기용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외교의 방증이라는 분석이 8일 나온다.
위 실장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일관계를 관리하고 중국, 러시아를 향한 보폭을 넓히는 4강 외교를 중점적으로 챙길 예정이다. 이 후보자는 원장에 취임하게 되면 북한과의 접촉 등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대북정책을 주도할 예정이다.
두 인사는 대선 캠프에서 서로 다른 위원회를 이끌며 이 대통령의 외교·대북정책 수립을 주도해 왔다. 위 실장은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이 후보자는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북핵 협상 때 우리 정부의 수석대표로 나서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미국장, 주러 대사 등을 역임한 위 실장은 30년 넘게 4강 및 북핵 외교를 담당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한미동맹을 외교의 주축으로 주변국과의 '평화적 공존'을 추구하는 소위 '동맹파' 외교관으로 분류된다.
위 실장은 대선 기간에도 주요국 인사들과 소통하며 이 대통령의 외교 기조를 설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안보실장직에 오른 것은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 '균형 외교'를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가로 다양한 남북 협상에 관여했던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는 소위 '자주파'의 대표적 인사 중 한 명이다. 자주파는 미국에 의존적인 외교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인사들을 가리킨다.
자주파와 동맹파는 지난 2004년 한 사건을 통해 서로 대립하는 세력이라는 인식이 부각된 바 있다.
미군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을 놓고 당시 청와대 NSC와 외교부의 정통 외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던 상황에서, 현 주미대사인 조현동 대사(당시 북미 3과장)가 과원들과 술자리에서 노무현 정부의 대미 외교를 비판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당시 조 대사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사들이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같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당시 NSC 사무처장이 이종석 후보자였고, 대미 외교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부 북미국장이 위성락 실장이었다. 위 실장은 이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이런 '과거'가 있는 두 인사가 새 정부에서 한국 외교 및 대북정책의 중책을 맡아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두 인사는 지난 20대 대선부터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구상해 왔기 때문에 '갈등 관계'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추구하는 대외 정책의 기조가 상반된 것으로 여겨지는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배치되며 향후 '북핵 외교'가 본격화되면 정부 내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정부 소식통은 두 인사의 동시 기용은 현재의 정세에 대한 해결책 모색을 위한 인선이며, 향후 국제 정세에 변화가 있으면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인선이 또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 출신인 이종석 후보자는 완전히 얼어붙은 남북관계 해소에 집중하며, 위 실장은 한국 외교의 최대의 현안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 및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국방비 인상 등 안보 협상과 한중관계 개선에 집중하기 위한 인선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국정원과 안보실의 '핵심 임무'를 구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최종 낙점'에 위 실장과 이 후보자가 적극 관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외교 장관 후보군으로는 조현 전 외교부 차관,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거론된다.
통일부 장관으로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지난 2018년 대북 특사단이었던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kimyewon@43e6.shop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