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시장논리에 맡긴 '필수의약품'…늘어나는 '공급중단' 어쩌나
GMP 강화로 생산 중단 이어져…시장논리에 국민 치료 선택권 방치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우려했던 필수의약품 생산 중단이 현실화하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무균완제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기준 강화 조치에 따라 다수의 주사제가 생산 라인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부 제약사는 이미 병원과 공급업체에 중단을 공지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응급상황이나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약들이라는 점이다. 실제 정맥주사용 칼륨, 에페드린, 아트로핀 등은 공급이 중단됐었거나 중단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모두 생명을 다투는 순간에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낮은 수익성과 강화된 규제 사이에서 존속을 위협받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필수의약품 공급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도 되는 걸까?
민간기업인 제약사는 수익이 나지 않는 품목을 버릴 수밖에 없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도, 제도도 그 빈자리를 대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행 약가제도는 원가 보전은커녕 최소한의 이윤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다. GMP 기준은 강화되는데, 그에 필요한 설비투자나 생산비 보전은 전무하다. 그 결과가 바로 '약은 있지만 만들 수 없다'는 필수약의 공백이다.
정부는 '필수의약품 비축관리제도', '공공 생산시설 논의' 등을 언급해 왔지만, 실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대로라면 향후 필수의약품의 단종은 예외가 아니라 예고된 수순이 될 것이다.
약이 없다는 건, 치료의 선택지가 없다는 의미다. 치료의 선택지가 없다는 건 생명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더는 공급 불안이라는 말로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된다.
필수의약품은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재' 성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의 역할이 단순한 감독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조정자이자 보장자가 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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